돈제일주(豚蹄一酒) - 돼지 발굽 하나와 한 잔의 술, 주는 것은 적고 바라는 것은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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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제일주(豚蹄一酒) - 돼지 발굽 하나와 한 잔의 술, 주는 것은 적고 바라는 것은 많음

돈제일주(豚蹄一酒) - 돼지 발굽 하나와 한 잔의 술, 주는 것은 적고 바라는 것은 많음

[돼지 돈(豕/4) 굽 제(足/9) 한 일(一/0) 술 주(酉/3)]

2019년을 ‘황금돼지의 해’라 하여 떠들썩한지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그 동안은 헛꿈이고 정작 己亥(기해)년의 시작은 음력 설날 이후다. 식용으로, 또 굿이나 고사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어 우리에게 크게 기여하는 돼지를 가축으로 기른 것은 5000년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이렇게 기여를 했으면서도 돼지는 몹시 미련하거나 탐욕스러운 사람의 대명사다. 뚱뚱한 몸집을 가진 사람은 영락없이 돼지라 놀림을 당한다. 돼지가 실제로는 배가 차면 절제를 알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청결을 찾는다고 하는데 관련 성어도 좋지 않은 면만 강조되어 여러 가지로 억울할 듯하다.

돼지의 발굽(豚蹄)과 술 한 잔(一酒)이란 말도 보잘것없는 것을 비유했다. 豚蹄穰田(돈제양전), 豚蹄盂酒(돈제우주)라고 써도 같다. 작은 성의를 보여 놓고 많은 것을 구하려 할 때를 꼬집었다. ‘보리밥 알로 잉어 낚는다’는 속담이 뜻하는 대로다. 수확을 많이 거두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데 땀도 흘리지 않고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司馬遷(사마천)은 ‘史記(사기)’ 滑稽(골계) 열전에서 뛰어난 기지와 해학으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깨우쳤던 인물을 그리고 있다. 돼지 발굽 비유의 주인공 淳于髡(순우곤, 髡은 머리깎을 곤)도 그 중의 하나다.

戰國時代(전국시대) 齊(제)나라 사람인 순우곤은 천한 신분에다 키도 7척이 안 되는 왜소한 몸집을 가졌지만 반어와 풍자에 뛰어났다. 威王(위왕)때 楚(초)나라의 침입을 받자 순우곤에게 금 백 근과 수레 열 대를 주면서 趙(조)나라의 구원병을 청하게 했다. 순우곤은 관의 끈이 끊어지도록 크게 웃으며 자신이 본 농민의 풍년제 이야기를 했다. 그는 돼지 발굽 하나와 술 한 잔(操一豚蹄 酒一盂/ 조일돈제 주일우)을 차린 뒤 밭에서 광주리 가득, 들판에서 수레 가득 수확을 기원하더라고 했다. 볼품없이 차려 놓고 바라는 것이 거창했다는 이야기에 위왕이 예물을 크게 늘렸고 구원을 청하는데 성공하여 초나라를 물러나게 했다.

‘검은 돼지든 흰 돼지든 무게만 많이 나가면 된다‘며 문희상 국회의장이 黑豚白豚(흑돈백돈) 이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물론 덩샤오핑[鄧小平/ 등소평]의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黑猫白猫(흑묘백묘)를 연상시켰다. 나라가 어렵지만 황금돼지의 해인 올해 경제발전이 우선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과 투자를 해야 한다. 규제 철폐 등 정책의 뒷받침은 물론 노사의 상생이 따르지 않고서는 돼지 발굽 놓고 경제 활성화를 비는 꼴이 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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